나의 아저씨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 남자 배우들은 전부 잘 나가는 능력자다. 의사 변호사 사업가와 같은 직업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저 순리대로 살아갈 뿐이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속엔 아홉 살 소년의 순수성이 담겨 있고, 타성에 물들지 않은 남자의 날카로움도 담겨 있다. 인간에 대한 본능적인 다정함과 따뜻함, 그리고 우직함도 함께 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인간의 매력’을 보여주는 아저씨. 그를 보면, 맑은 물에 눈과 귀를 씻은 느낌이 든다. 길거리에 넘쳐나는 흔하디 흔한 아저씨들. 허름하고 한심하게 보이던 그들이, 사랑스러워 죽을 것이다. 눈물 나게 낄낄대며 보다가, 끝내 펑펑 울 것이다.
나의 아저씨 등장인물
박동훈 (45세) / 이선균"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거야."
건축구조기술사. 자연스러운 순리대로 인생을 살아가며, 인생에 절대 모험을 하지 않는 안전제일주의.
공부는 건축사보다 많이 해놓고, 그들의 그늘에 가려 사는 구조기술사를 선택한 것도 그래서인지도 모른다. 그게 마음 편하니까. 눈에 띄는 게 불편하고 나대는 재주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만하면 됐다.”
한직인 안전진단 팀으로 밀려났어도, 대학 후배가 대표이사로 머리 위에 앉아있어도, 이만하면 됐다. 아내는 동훈의 이 말에 차가운 얼굴을 했다. ‘그래. 넌 됐다 쳐라. 난 아니다.’라며 아이를 낳자마자 사법고시에 붙었고, 아들도 만리타향으로 조기 유학 보냈다. 그래도 아내가 돈을 잘 버니 이만하면 됐다. 인생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는 형과 동생이 있지만, 여전히 즐겁다고 낄낄대는 속없는 인간들이라 고맙고 다행이다. 그래, 이만하면 됐다.
그런데 이상한 애가 동훈을 뒤흔든다. 거칠고 무모한 스물한 살의 지안. 그 아이의 말은 거침없다. 칼로 푹 찌르고 들어오듯 서늘하다. 하지만 그 아이, 동훈의 인생을 아는 것 같다. 동훈이 어디에 눈물이 나고, 마음이 고요해지는지를. 나이 마흔다섯에, 처음으로 발견된 길가의 꽃이 된 기분...
‘위험한 아이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자!’
이지안 (21세) / 이지은"내가 어떤 앤지 알고도 나랑 친할 사람이 있을까?"
차가운 현실을 온몸으로 버티는 거친 여자.
여섯 살에 어린 나이에 불구하고 몸이 아프신 할머니와 단둘이 세상에 남겨졌다. 꿈, 계획, 희망 같은 단어는 저 멀리 날려 버린 지 오래. 버는 족족 빚으로 나가버린다. 그래서 하루하루 미친듯이 닥치는 대로 일하고, 닥치는 대로 먹고, 닥치는 대로 산다.
일생에 지안을 도와줬던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딱 네 번, 그 뒤로 다들 도망갔다. ‘선량해 보이고 싶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나의 불행함을 이용하려는 인간들.’ 세상에 대한, 인간에 대한 냉소와 불신만이 남은 차가운 아이.
어느 날 사채업자로부터 벗어날 좋은 기회를 잡았다. 죄책감 따위는 없다. 그래서 아저씨 박동훈에게 접근하는데... 이 아저씨, 깊이 알면 알 수록 더 궁금하다.
‘아무도 박동훈 건들지 마! 다 죽여버리기 전에! 망가뜨려도 내가 망가뜨리고, 살려도 내가 살릴 거야.’
박상훈 (49세, 동훈의 형) / 박호산"반세기를 살았는데 기억에 남는 게 없어... 만들라고, 기억에 남는 기똥찬 순간."
가족중 가장 먼저 중년의 위기를 맞은 맏형.
오래도록 다닌 회사에서 잘리고, 장사를 크게 두 번이나 말아먹고 바닥까지 가버린 신용불량자 되고, 여기저기 몸이 괜찮은곳 하나없다. 매일 이혼 서류에 도장 찍으라고 잔소리하는 아내까지. 인생 초고속 내리막길을 걷는 맏형.
그럼에도 언제나 여유와 긍정을 잃지 않는다. 여전히 술은 제일 맛있고, 평생 술값은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동생의 말에, 평생 심심하지 않게 구박해주는 막내 동생이 옆에 있으니까, 그리고 욕은 해대지만 삼시세끼 뜨신 밥해주시는 노모도 계시니까. 인생에 돈은 없지만 재미는 있다.
늘 웃는 상훈이지만 자신의 인생이 이렇게 힘없이 저무는 건가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맏형인 자신에게도 꿈이 있었던가. 그래서 크게 결심한 인생에 적어도 일주일은 영화처럼 살아보기. 우리 삼 형제가 검은 슈트, 검은 라이방, 검은 벤츠 타고 푸른 바다가 보이는 호텔 스위트룸에! ‘크크크, 생각만 해도 멋지다!’
박기훈 (42세, 박동훈의 동생) / 송새벽"내가 막사는 것 같아도 오늘 죽어도 쪽팔리지 않게! 비장하게 살아."
예전에는 영화계 천재로 기대를 한몸에 받던 샛별, 지금은 형인 상훈과 함께 형제 청소방을 운영하는 동업자. 오래된 꿈을 포기했지만 자신은 언제나 당당하고 싶은 막내. 욱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스무 살에 찍었던 영화가 최대의 영화제 깐느까지 갔는데, 첫 끗발이 개끗발이라고 20년째 영화감독 데뷔 중. 오래도록 공을들인 시나리오를 넘긴 선배 감독이 연봉 오백에 또 조연 출하라던 날, 울분에 찬 박기훈은 선배에게 하면 안되는 행동인 주먹을 선배에게 날리고 뛰쳐나와 자빠지는 다마스를 본 순간, 오래도록 꿈꿔온 영화판을 깔끔하게 단념한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계단 청소를 하는데, 첫 장편 데뷔작이 될 뻔했던 영화의 여주인공을 만난다. 연기를 더럽게 못해 죽어라 구박한, 급기야는 기훈의 영화를 엎어지게 만든 여자. 그런데 그녀는 기훈을 반가워한다. 이럴 사이가 아닌데. 그리고 해맑은 얼굴로 기훈에게 망해줘서 고맙단다. 화가 뻗치다가도 자꾸만 자신을 챙기는 행동이 수상하다. 얘 뭐니?
나의 아저씨 인물 관계도
나의 아저씨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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